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싱가폴은 중국계가 차지하는 비중이 인구중 압도적입니다. 우리처럼 중국식 설날이 공휴일인데 중국계에게는 아주 큰 명절입니다. 음력설을 새해로 치는 것인데 대체로 Chinese New Year,CNY라고 부르며 이날을 전후하여 많은 모임이 있습니다. 설을 쇠지 않는 싱가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끼치는 것이 거의 모든 상점이, 예약되지 않은 식당이나 심지어 수퍼마켓과 시장까지도 문을 닫기 때문에 일주일 정도의 먹을거리를 집에 저장해놔야 하는 것도 알아둬야 할 일입니다.
중국에서 건너온 문화이겠지만 우리의 세뱃돈같은 Ang Bao(빨간 봉투)문화가 있습니다. 철저하게 기혼자만 미혼인 지인,가족과 친척에게 줄 수 있는 세뱃돈입니다. 빨간색을 좋아하는 중국의 정서가 담겨 있으며 귤과는 다른 만다린오렌지를 앙빠오와 함께 주기도 합니다. 앙빠오는 홀수로 주지 않으며 짝수의 금액을 넣어야 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기혼자들은 나이를 떠나 어른으로 간주되어 복을 기원하는 모든 이에게 앙빠오를 베풀어야 하므로 금액별로 여러 개를 준비해야만 하는데 한국이나 싱가폴이나 역시 명절은 등골 브레이커 인가봅니다.
명절 하면 역시 음식이 한몫을 차지하는데 싱가폴은 가정식보다는 외식이 발달한 동네입니다. 집에 초대받으면 파인애플 타르트나 솜씨 좋은 사람은 만들어서 대접하고 그렇지 않고는 전통과자 정도 대접받습니다. CNY에 빼놓지 않고 만날 수 있는 음식은 바로 Yu Sheng 또는 Lo Hei라는 것인데 음식이라고 하기보다는 샐러드에 가깝고 한해의 화합과 행운 서로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의식 정도로 보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이 Yu Sheng은 동남아식 중국계들만 먹는 음식으로 날생선을 비롯하여 각각의 의미를 담은 10여가지의 재료를 같이 모인 사람들끼리 젓가락으로 섞으며 화합하기를 기원하는 좋은 말을 먼저 하고 먹어야 합니다.
Yu Sheng은 사진처럼 재료를 접시 위로 높이 섞어서 서로와 자신의 새해복을 기원한 후 각자 접시에 나눠 먹습니다. 샐러드지만 기름과 참깨, 땅콩, 달달한 소스까지 들어가서 생선에 라임, 튀긴 과자까지 씹히는 오묘한 맛입니다. 싱가폴에 사는 사람이라면 CNY시즌에 꼭 한 번은 먹게 되는 음식이라 시즌이 오게 되면 7성급 호텔부터 수퍼마켓까지 Yu Sheng 마케팅이 뜨겁습니다.
싱가폴의 설날은 지난해의 모든 묵은 것은 버리고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로 설날 아침이면 속옷을 비롯하여 모든 옷을 새것으로 입어야 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새삼 GNP 6만 불이 넘는 국가인데 이런 풍습까지 아직 남아 있는 것을 보고 좀 놀라긴 했지만 다민족이고 역사가 오래지 않은 국가라 문화적으로 성숙하는 데는 약간의 한계는 있어 보입니다.
중국계의 설이 CNY(구정)이라면 원주민격인 말레이계의 새해는 Hari raya haji가 있습니다. 싱가폴은 다민족 국가라 종교의 다양성을 인정하여 이 또한 공휴일입니다. 그러고 보니 싱가폴은 휴일도 참 많은 것 같습니다. Hari raya Haji는 다음 시간에 소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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